북촌 한옥마을의 청춘모녀 (by 에이비앤비 호스트)

북촌유정 2017-02-13 00:37:43 775 0

딸_ “엄마, 손님 오는 게 좋아? 이불 홑청 바느질하느라 손에 물집까지 잡히고 청소하느라 힘들잖아요.

 

엄마_ “나는 가만히 있으면 병 나.”

 

딸_ “뭐야, 좋은 거야 싫은 거야?”

 

엄마_ “너네 아버지가 이불도 날라다 주고, 손님들이 잘 쉬다 간다고 편지 쓰고 선물 주고. 네가 연락 다 해주고 그러는데 뭘. 힘든 거 같다가도 움직이면 또 기운이 생겨.”

 

“아, 맞다. 나 손님들 아침 나를 때 쓰게 아이스박스 같은 거나 하나 살까?”

 

 

 

 

 

한옥 안방마님, 한 집안의 대장이 되다

 

 

일흔 살이 되던 해, 덜컥 한옥을 샀다. 북촌 한옥 마을 어귀에 있는 방 두 개짜리 아담하고 오래된 한옥이 마음에 쏙 들었다. 안 팔겠다는 집주인 할아버지를 구슬려서 얼른 샀다. 그 후 가족들에게 선포했다.

 

“나, 이제 홈스테이 할 거야!” 평생을 반대해왔던 남편도 의외로 순순히 내 편을 들어줬다.

 

밖에서는 북촌 한옥 마을 지키기 운동에 앞장서고 40년간 이곳에 살면서도 못 하게 하더니 이번엔 고집을 꺾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자원봉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생긴 우울증도 사라졌다. 더는 삶이 무력하지도, 밥숟갈 들 힘이 부치지도 않았다. 그럴 틈이 어디 있나! 한시라도 빨리 내 공간을 꾸미고 싶었다.

 

요즘 남편은 종종 나를 ‘대장’이라 부른다.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이불 홑청을 옮기는 건 언제나 남편의 몫이다. 도와주는 것도 고마운데 그간 혼자서 독차지해 온 대장 감투까지 나에게 양보하다니! 지금껏 남편 뒷바라지를 해 왔으니 서로 바뀐 처지를 즐기기로 했다.

 

 

 

 

 

티격태격, 손 큰 엄마와 말리는 막내딸

 

 

“엄마, 또 무슨 일이에요? 지금 전화 못 받아요”  

 

“아이고 참~ 잠깐이면 돼. 줄리아한테 내일 아침 일찍 밥 차려 놓을 테니까 꼭 먹고 가라고 얘기 좀 해줘.”

 

막내딸에게 또 전화를 했다. 딸은 궁시렁거리면서도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엄마를 도와준다. 미술 전공을 살려 인테리어도 손수 멋지게 하고  한쪽 벽을 갤러리로 만들어 나에게 갤러리 관장이라는 멋진 직함도 줬다.

 

 

 

 

 

 

 

외국인 손님이 오면 한옥에 왔으니 한식은 먹고 가야겠다 싶어 사전 안내에는 없는 아침식사를 대접하는데 막내딸은 그게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그릇을 나르는 분홍색 양동이가 마음에 안 든다고, 엄마가 힘들어서 안 된다고 투덜대지만 그게 나의 행복이다.  

 

 

 

 

 

 

함께 호스팅을 하면서 아웅다웅한지도 벌써 5년째. 막내딸이 어릴 적엔 열일곱 식구를 건사하느라, 사는 게 바빠서, 딸을 살뜰히 챙기지 못했는데 이제는 손님 얘기를 나누면서 슬며시 손도 잡고 그런다.

 

‘톰이 안경을 놔두고 갔대, 미치코가 편지를 보냈더라’ 그러면서 말이다. 막내딸과 대화가 늘었다.

 

가족 간의 소통이 늘어났다. 호스팅이 나에게 선물해 준 또 하나의 기쁨이다.

 

 

 

 

 

북촌댁의 손님맞이 스타일

 

 

손님이 오는 날엔 얼마나 신이 나는지 모른다. 친구들이랑 수다도 마다하고 바로 집으로 돌아온다.

 

우선 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킨다. 미리 준비해 놓은 이불보도 다시 한번 싹 다린다. 내 집에 오는 손님에게 한옥, 한식 침구, 한국 음식 세 가지는 꼭 대접하고 싶다. 특히 한식 침구는 나의 자존심이다.

 

 

 

 

 

 

 

집을 단장하면서 제일 먼저 고운 분홍색 비단을 덧댄 침구를 여러 채 마련했다.

 

예전 양가집 규수 집에서 시댁으로 지어 보내던 스타일로! 손님이 묵어 가면 이불 홑청을 뜯어서 세탁하고 햇볕에 말려 다시 바느질하는데 삼일이 꼬박 걸린다. 자식들이 아무리 힘들다고 만류해도 체력이 허락하는 한 게스트에게 깨끗한 한식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다.

 

 

 

깨끗하게 다려놓은 바삭바삭한 이불을 보면 얼마나 뿌듯한지. 이렇게 마음을 다해 손님을 대접하면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기도 한다. 비싼 술을 놓고 가는 손님들도 있고 손편지를 남기고 가는 분도 있다. 그럴 땐 한국인의 정이 통했다 싶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권문세가들이 살던 동네로 여행을 오길.

 

한국에 왔으면 한옥에 머물면서 소나무와 창호지 냄새를 맡아봐야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럴 때면 한국의 미와 한옥의 소중함을 알리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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